귀살대의 수장 우부야시키 카가야와 기둥들이 주합회의에서 내린 결정을 받아들인 대원들은 카쿠시의 뒤를 따라 수주저택을 향해 걷고 있었다. 전번 결투에서 적을 코앞에 두고 동료 대원들을 내친 대가로 그들이 받은 징벌은 다름아닌 수주 토미오카 기유의 1주일 집중수련이었다. 할복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기라는 풍주(風柱) 시나즈가와 사네미의 엄포가 그들을...
수주(水柱) 토미오카 기유가 츠구코를 들였다고 말했을 때 다른 기둥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의사소통 엉망에 제 고집대로 밀어붙이는 토미오카가 제자를 들였다니. 당혹스럽기는 행운의 주인공인 카마도 탄지로 또한 마찬가지였다. 과묵한 사형에게서 츠구코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별 볼 일 없는 자신이 다른 뛰어난 대원들을 제치고 그 귀하...
우로코다키 사콘지는 저명한 사진작가다. 그의 명성에 대해 말하자면, 텐구 가면에 대한 의문점이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듯 은은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의 사진 앞에서 한번에 사그라질 정도다.괴짜의 기질을 타고난 것 같은 이 노작가가 오래 전부터 해 오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주 소재는 오래 전 우로코다키가 설산에서 발견했던 늑대 한 마리.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쓴...
탄지로는 소복소복 내리는 흰 눈을 유독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날'을 기점으로 눈 오는 날에 대한 감정이 바뀌었달까. 참혹하게 찢겨진 가족들의 피투성이 시신과는 정반대로 티끌 하나도 없이 유독 깨끗하고 희던 그 날의 눈.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져있던 소년에게 눈밭은 소복 입은 여인이 되어 그를 위로해주었다가도 서늘한 눈보라를 날려 한껏 ...
*옴니버스 형식 탄지로는 제 허리를 끌어안은 팔을 풀고 일어났다. 옆자리가 부산스러운 줄 모르고 기유는 깨어날 생각조차 않은 채 단잠에 빠져있었다. 그의 감긴 눈가 밑 기다란 속눈썹이 살랑이는 걸 보다가 탄지로는 사형이 깰까 조심스레 다리를 움직였다.동이 튼 하늘을 배경삼아 도자기 잔 위에 종이주머니를 얹고 그 안에 검은 가루를 일정량 넣었다. 그리고 끓인...
*옴니버스 형식 "토미오카 씨 웬일이세요, 가던 길 돌려서 일찍 귀가하고 말이죠?"칼날에 묻은 피 털어 검집에 넣고 돌아가려는 동료를 향해 "충주" 코쵸 시노부가 장난끼 어린 미소를 날렸다. 그녀가 평상시 알던 토미오카 기유는 오니 퇴치하하자마자 한 걸음 더 앞서 다음 지령을 수행하던 남자였다. 그랬던 그가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말했다. 오늘 해가 서쪽에서 ...
*옴니버스 형식 천년죽림 글자를 고고히 새긴 비석을 기점으로 대나무 즐비한 길 따라 도착한 수주저택은 대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상자를 짊어진 바둑무늬 하오리의 소년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문을 열었다.귀살대 기둥의 저택은 크고 넓었으며 조용했다. 얼마나 조용했냐면, 대나무 사이사이 들리는 새 소리가 시끄럽다 여길 정도였다. 주인이 오랜 기간 자릴 비웠는지 거...
*후손엔딩 스포, 기유탄 요소 포함*정확히는 탄<-카나카나오는 탄지로를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바싹 마른 얼굴 위에 반점을 선명하게 새긴 그녀의 남편은 평온하게 잠들어있었다. 두 눈 감은 모습이 편안해 보여서 그가 숨을 거두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옆에서 아이가 옷소매를 붙잡고 흔들며 옹알거렸다. 아빠 자? 언제 일어나? 하고 묻는 듯했다. 카...
*본지 204화 이후 시점. 스포 포함."머리 잘랐네요, 기유씨."나리의 저택에 갔다가 때마침 주합회의 마치고 나온 기유와 마주친 탄지로는 그의 짧은 머리를 주목하였다. 상징과도 같았던 긴 머리가 없어져서 낯설었지만 그럼에도 기유는 변함없이 잘생긴 외모를 빛내고 있었다. 덤으로 그의 입가에 다소 홀가분해 보이는 미소가 걸려있어 더욱 멋져보였다."선생님께 부...
코쵸 시노부는 언니를 좋아했다. 화주로 불렸던 코쵸 카나에는 한 떨기의 장미꽃처럼 아름답고 강했다. 자신이 닮고자 하는 이상형에 가까웠기 때문에 동생은 언니를 잘 따르고 사랑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어째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사람을 무서워하는지 이해가 안 가겠지만 시노부는 여전히 기억한다, 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언니의 얼굴을.나비저택을 귀...
그저 생각날 때마다 썰을 끄적일 뿐인 지나가던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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